Flying Mate


방명록에 질문을 올린 분(궁금이)이 있어, 그 답변이 길어질 것 같아 포스트로 정리해본다. '가정'들이 조금 재미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시험해보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질문이 장난이었든 시험이었든,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정리해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에 나름 성의있게 써보려 한다.

질문 내용:

만약 어떤 사람 (아주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인터넷 서비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벤처를 창업하려고 한다고 합시다. 그 아이디어는 훗날 마이스페이스 처럼 미국 SNS 계의 선두주자로 군림하며 미국 전역을 강타할 정도입니다. (서비스출시가 이루어졌을경우 무조건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이제 대학교 2학년 여자입니다.(가정) 실제 인터넷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 실제 어플리케이션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되는데 본인에겐 프로그래밍 실력도 없으며 심지어 그게 무엇인지 조차 모릅니다. 이럴 경우 성공을 보장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을경우, 최소한 어느정도의 자본금이 있어야 회사를 운영할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구조만 제대로 갖춰지면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을 수 있겠지만 초기에 실제 아이디어를 표현할 웹사이트를 만드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웹사이트 제작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며 대략적인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궁금합니다.

http://millim.com 위는 밀림이란 인디음악 사이트 인데 위와 같은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저정도 규모와 기술력은 대략 어느정도의 자본과 기술력이 있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술력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를 시작하려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이 글에는 두 개의 가정과 두 개의 질문이 있다.

가정1. 반드시 성공할 아이디어이다.
가정2. 아이디어는 있는데 기술과 사람이 없다.

질문1. 비용이 얼마나 들겠는가
질문2. 누구에게 구축을 맡겨야 하겠는가

질문하신 분이 이렇게 '과감한' 가정을 하신 이유가, '예상 비용과 방법'에 대한 대강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비용이 크고 방법이 어려우면 사업 구상을 포기하고, 예상 외로 비용이 적고 방법이 간단하면 뛰어들 생각으로 그 예상치를 가늠해보기 위해 질문하신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답변을 먼저 드리자면,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구축 비용은 수십 만 원 정도로 해결될 수 있고, 수 억원이 들 수도 있다. 구축을 맡기는 대상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프리랜서일 수도 있고, 웹 에이전시 일 수도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찾아서 부탁하거나, 구인 사이트에서 개발자를 찾아보거나, 웹 에이전시에 문의 메일을 보내볼 수 있겠다.

언급하신 사이트(millim.com)는 음원 스트리밍 기능이 있으므로 웹 서버 외에 스토리지와 스트리밍 서버가 별도로 필요하고, 비용은 사용자 수에 따라 월 몇 만원에서 수 억원 정도가 들 수 있다. 파일들이 대용량이 아니므로 스토리지에서 큰 비용이 들지는 않겠지만, 동접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IDC 회선비용과 스트리밍 서버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 운영직원과 컨텐츠 편집에 대한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인력 확보 계획을 고려해야 한다.

이 답변이 도움이 되었을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용은 고무줄같고, 방법은 추상적이다. 어쩌면 위의 답변도 질문하신 분께 어렵게 들릴지 모르겠다. 이런 답변밖에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질문하신 분이, 가정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이 잘못되었다. 이 분이 궁금했어야 하는 것은 비용과 방법이 아니라, 어떤 지식을 더 쌓아야 하는가였다.


우선, 가정에 있는 '아이디어'라는 단어 자체에서 기업가 마인드나 후속적인 전략 포트폴리오가 느껴지지 않는다. 흔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디어는 아무 쓸모가 없다. 더 나아가 이 바닥에서는 아이디어를 실행까지 옮기더라도 쓸모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분이 만든 아이디어가 정말 죽이는 거라면, 내가 그것을 더 좋은 기능 더 쉬운 인터페이스로 복제해내는 데 이틀이면 충분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가지의 '전략 세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떠올려진 것이고, 전략은 도출되어진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으로 나온 것(떠올린 것)이 아니라, 서비스들을 관찰하고 사용자 문화를 분석하고 인터페이스 사례와 트랜드를 연구해 도출한 것이어야 한다. 즉 아이디어라는 단어 보다는 전략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지식뭉치여야 하는 것이다. 진입 전략과 잠재 경쟁자의 진입 방해 전략, 그리고 성장을 위한 후속 전략이 구상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풋이 있어야 한다. 마케팅과 경영전략,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서적을 20권 정도 읽어서 전략적 사고력을 다듬으시고, 웹과 관련된 국내외 뉴스와 블로그 포스트를 하루 30건 이상 읽어서 누적 1만 건 이상 채우시길 바란다.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고 전략적 사고력을 갖고, 전략 도출을 위한 인풋을 축적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집중해서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며,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계속 해야 하는 과정이다.

가령, 언급하신 서비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해외 서비스 중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5가지가 넘는다. 그들 중 일부는 수십 억원 대의 투자를 받았다. 난 이 분야의 비즈니스에 별로 흥미가 없다. 아직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들의 인터페이스와 기술기반, 수익모델, 비용 등을 파악하고 있는 이유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보를 축적하고 벤치마킹 해왔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인터페이스에 대한 감각이다. 아이디어든 전략이든 그것을 사용자에게 보여줄 인터페이스로 구현해야 한다. 개발과 디자인 이전단계로, 종이에 연필로 그려도 좋고(요즘은 전문가들도 그렇게 하곤 한다) 파워포인트에 사각형과 텍스트로 화면 구성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주요 포털은 '일반적으로' 어떤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는지 관찰해보면서 내 손으로 직접 그려본다. 사용할 때와 직접 구상할 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포털 사이트의 인터페이스를 복제하는 것을 넘어 인터페이스의 이론을 다룬 전문서적(안그라픽스 출판사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와있다)을 습득한다. 그러면 같은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어떤 화면구성과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사용자와 서비스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지 더 나은 고민을 해볼 수 있게 된다. 인터페이스 감각을 익히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3~5개월 정도를 할애한다. 그 이후에는 책보다는 새로운 서비스의 기발한 인터페이스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다음은 기술과 사람의 문제인데.. 죽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기술적인 부분도 전혀 모르고 필요한 사람들도 주변에 전혀 없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식과 정보를 익히면서 자신의 지식과 정보도 공유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면 기술적인 감각 정도는 익혀져 있고, 당장 같이 일할 사람을 찾을 수는 없어도 그런 사람들을 소개시켜줄지 모르는 인맥은 만들어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 상태가 전혀 아니라면, 내 아이디어는 전혀 죽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단지 내가 떠올려본 유일한 아이디어일 뿐이며, 그것을 타인에게 검증받아본 적도 없고 내 스스로도 검증해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어쨌든 기술 감각이 있고 주변에 그런 기술적인 인맥이 분포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필요한 기술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직접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선택을 했다. 분명 향후에 추가 인력을 고용하고 팀을 꾸리고 기업을 만들겠지만, 나는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웹 서비스 업체가 되려는 욕심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디테일한 수준의 실무와 개발 방법론을 직접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접 개발을 하던 안 하던 오너 또는 관리자가 디테일한 실무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나 동기부여, 회사의 비전 공유, 비즈니스 전략 선택, 적절한 기술 지원 등 전사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는다. 비용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성공/생존 가능성을 상당히 끌어올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기술 지식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사고 능력과 인터페이스 감각 등도 갖추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이다.

웹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고 직접 개발을 익힐 생각이라면, HTML과 CSS, JAVASCRIPT, 서버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OS 지식을 차례대로 익히는 것이 좋다. 각각에 대한 책 1~3권 이상 읽으면, 직접 쓸만한 웹사이트를 구현해내기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면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본인이 열정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난 개발은 못해요'라고 말하기 전에, 개발책 세 권 정도는 정독을 하고 실습을 해본 후 창업을 고려했으면 한다. 내가 지금 사이트 하나 만드는 데 얼마의 비용과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서비스 모양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비용은 전기세 정도가 들고 기간은 며칠 내외로 소요된다. 이 비용과 기간을 더 줄이고, 향후 인력이 추가되어도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발 방법론과 개발 도구들을 공부하고 있다.

투자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서비스를 구상할 땐 투자 없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다. 돈이 필요한 기업보다 필요하지 않은 기업이 은행에서 돈 빌리기 쉽다는 말도 있듯이, 투자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수익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가 투자 매력도가 더 높다. 투자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약을 위해서 받는 것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니 상황에 따라서 투자유치 계획을 세우셔도 좋다.

대학생 2학년이라고 말씀하셨는데(가정), 본인도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4년째 휴학 중이다. 3년 정도는 회사를 다녔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 능력은, 학습 능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4년 동안 읽은 책은 400권을 넘었고, 스크랩한 IT뉴스는 수만건, 벤치마킹한 사이트는 천개 가까이 되는 듯 하다.

미친듯이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쓰고 기획하고 개발해왔지만, 아직도 내 아이디어(전략)는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감과 의지, 열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끝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대학생 벤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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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7/10/25 23:49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곳이 있었군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 비밀댓글로 적어주신 것도
      참 감사합니다 (_ _)

      2007/10/26 00:20
  2. 이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깔끔한 정론이로군요.
    무엇보다 댓글 내용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2007/10/27 09:46
  3. 경빈이에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홍 싸이트 오픈?

    2007/10/30 20:29
  4. Elegant Univers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매력적인 글이군요. 저도 두번째 선택을 하였습니다. 아마, 저는 현재를 인생의 최고점이라 생각하고,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번 주어진 인생이기에 이런 열정과 의지가 없다면, 솔직히 왜 살아야할까 속으로 반문합니다.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는데 말이지요.

    2007/12/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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