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6살의 대학생이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부전공하고 있다. 하고 있다. 휴학 제한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장기 휴학생이다. 전공, 부전공 수업과 인문학 수업을 청강하고 타 학교의 유명하다는 과목도 종종 청강한다. 학교 도서관의 휴학생 대출을 애용한다. 초면인 사람에게 내가 대학생이라는 사실과 내 나이를 굳이 밝히지 않는다.
나는 26살의 수강생이다. 외국어학당에서 비즈니스 영어를 익히고 매주 개발 스터디, 매월 개발 세미나에 가면 열심히 필기와 토론을 한다. 한 달에 5권의 기획/개발 실무서를 보고 5년 간 하루에 수십 페이지의 포스트와 도큐먼트를 읽었다. 학습 측면에서 타인에게 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나는 26살의 직장인이다. 휴대폰 판매사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주먹밥이나 악세서리도 팔아봤고 돈까스집 알바로, 과외 선생님으로, 어떤 회사에서는 웹 서비스 기획자로, 프로젝트 메니저로, 어떤 회사에서는 창업 멤버로 일했으며, 지금은 서버/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일한다. 웹표준 디자이너로 일해보고 싶고 '부장님'과 마케터 타이틀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언젠가는 영화 감독과 작곡가, 에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 회로 설계, 금융 공학, 게임 개발 전문가를 틀림없이 해볼 것이다.
나는 26살의 창업자다. 서버 사이드를 개발하고, 자바스크립트도 개발한다. UI개발을 하고 로고와 버튼 디자인도 한다. 기획서를 그리고 사업계획서와 프리젠테이션을 만든다. 창업회계를 하고 경영과 마케팅을 익혔다. 업계의 굵직한 소식은 공개적/비공개적으로 듣고, 스타트업이나 관심있는 분야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거라면 국내외를 떠나서 자잘한 것까지 알고 있다.
나는 26살의 몽상가다. 시가총액 100조원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이고, 100조 목표가 달성되면 1000조, 1경이라는 새로운 목표들까지 미리 세워두고 있다. 성공할 때까지 무한대로 시도하면 실패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한다고 믿으며, 무한대로 시도할 수 있으려면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릴 수 있는 제로 코스트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돈을 벌면 비영리 대안교육 재단을 만들고 국내외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교육과 양육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26살의 외동아들이다. 집에 밥이 없으면 쌀을 씻어서 밥을 해놓고, 설거지감이 많으면 고무장갑을 낀다. 어머니가 장 볼 것이 많으시다 하시면 장바구니를 들고 뒤따르고, 계란이나 우유가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둔다. 아버지나 내가 집을 나설 땐 어머니의 포옹을 받는다. 배가 고프면 난폭해지고 갈치나 조기는 알아서 다듬어서 구워먹으며 국이 없으면 국타령을 한다. 집밥이 익숙해 밖에서도 한식이나 급식이 제일 좋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금만 더 있다가' 변해야 하는가이다. 지난 4년 간, 지식적인 측면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비장하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다. 최근 2년 간 많이 변했다고 스스로 평가해봤지만 따지고보면 기획 베이스에서 개발 베이스로 바뀐 것이었지 성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좀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사교적인 행세를 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다시 치열하고 계산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사람을 사귀는 기준도 그에게 배울 것이 있는가, 어떤 모임이나 행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기준도 그곳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 였다. 솔직히 이런 성향 덕분에 굉장한 이득을 보았다. 하지만 이면에는 (손해를 보았다기 보다는) 얻을 수 있는 다른 이득을 놓쳤다는 느낌. 이득이란 단어도 계산적이다. 행복. 행복을 조금씩 놓쳤다. 그 행복 속의 기회도.
나는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잘 감동하고 뭉클해하며 눈물도 잘 맺힌다. 외로움을 잘 타서 사람 만나기도 좋아하고 한 번 누구를 만나면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곱씹어보느라 잠에 들지 못하고 심지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꿈까지 꾼다. 그가 내 말을 들어주는 것도,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 모두 좋아한다.
그런 관계, 그런 대화를 의식적으로 제거해왔던 것이 지난 4년 이었다. 여행, 휴가 같은 건 사전에서 지워버렸다. 요즘 문득 비즈니스 이외의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너무나 어색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변에는 목표가 커다란 친구들만 남아있고 그들과 만나면 역시나 커다란 목표와 오늘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목표하는 바가 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목표보다 훨씬 큰 것이기에 삶의 여유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고 각오해왔다. 포기했던 여유를 되찾을 때인가 아니면 치열함을 아직 유지해야 하는가. 나의 몽상가적인 목표를 유지하면서 지금 벌써 삶의 여유를 탐낼 자격이 있는가 혹은 오히려 그런 여유가 목표 도달에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는 26살의 수강생이다. 외국어학당에서 비즈니스 영어를 익히고 매주 개발 스터디, 매월 개발 세미나에 가면 열심히 필기와 토론을 한다. 한 달에 5권의 기획/개발 실무서를 보고 5년 간 하루에 수십 페이지의 포스트와 도큐먼트를 읽었다. 학습 측면에서 타인에게 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나는 26살의 직장인이다. 휴대폰 판매사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주먹밥이나 악세서리도 팔아봤고 돈까스집 알바로, 과외 선생님으로, 어떤 회사에서는 웹 서비스 기획자로, 프로젝트 메니저로, 어떤 회사에서는 창업 멤버로 일했으며, 지금은 서버/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일한다. 웹표준 디자이너로 일해보고 싶고 '부장님'과 마케터 타이틀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언젠가는 영화 감독과 작곡가, 에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 회로 설계, 금융 공학, 게임 개발 전문가를 틀림없이 해볼 것이다.
나는 26살의 창업자다. 서버 사이드를 개발하고, 자바스크립트도 개발한다. UI개발을 하고 로고와 버튼 디자인도 한다. 기획서를 그리고 사업계획서와 프리젠테이션을 만든다. 창업회계를 하고 경영과 마케팅을 익혔다. 업계의 굵직한 소식은 공개적/비공개적으로 듣고, 스타트업이나 관심있는 분야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거라면 국내외를 떠나서 자잘한 것까지 알고 있다.
나는 26살의 몽상가다. 시가총액 100조원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이고, 100조 목표가 달성되면 1000조, 1경이라는 새로운 목표들까지 미리 세워두고 있다. 성공할 때까지 무한대로 시도하면 실패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한다고 믿으며, 무한대로 시도할 수 있으려면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릴 수 있는 제로 코스트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돈을 벌면 비영리 대안교육 재단을 만들고 국내외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교육과 양육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26살의 외동아들이다. 집에 밥이 없으면 쌀을 씻어서 밥을 해놓고, 설거지감이 많으면 고무장갑을 낀다. 어머니가 장 볼 것이 많으시다 하시면 장바구니를 들고 뒤따르고, 계란이나 우유가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둔다. 아버지나 내가 집을 나설 땐 어머니의 포옹을 받는다. 배가 고프면 난폭해지고 갈치나 조기는 알아서 다듬어서 구워먹으며 국이 없으면 국타령을 한다. 집밥이 익숙해 밖에서도 한식이나 급식이 제일 좋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금만 더 있다가' 변해야 하는가이다. 지난 4년 간, 지식적인 측면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비장하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다. 최근 2년 간 많이 변했다고 스스로 평가해봤지만 따지고보면 기획 베이스에서 개발 베이스로 바뀐 것이었지 성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좀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사교적인 행세를 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다시 치열하고 계산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사람을 사귀는 기준도 그에게 배울 것이 있는가, 어떤 모임이나 행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기준도 그곳에서 배울 것이 있는가 였다. 솔직히 이런 성향 덕분에 굉장한 이득을 보았다. 하지만 이면에는 (손해를 보았다기 보다는) 얻을 수 있는 다른 이득을 놓쳤다는 느낌. 이득이란 단어도 계산적이다. 행복. 행복을 조금씩 놓쳤다. 그 행복 속의 기회도.
나는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잘 감동하고 뭉클해하며 눈물도 잘 맺힌다. 외로움을 잘 타서 사람 만나기도 좋아하고 한 번 누구를 만나면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곱씹어보느라 잠에 들지 못하고 심지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꿈까지 꾼다. 그가 내 말을 들어주는 것도,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 모두 좋아한다.
그런 관계, 그런 대화를 의식적으로 제거해왔던 것이 지난 4년 이었다. 여행, 휴가 같은 건 사전에서 지워버렸다. 요즘 문득 비즈니스 이외의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너무나 어색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변에는 목표가 커다란 친구들만 남아있고 그들과 만나면 역시나 커다란 목표와 오늘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목표하는 바가 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목표보다 훨씬 큰 것이기에 삶의 여유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고 각오해왔다. 포기했던 여유를 되찾을 때인가 아니면 치열함을 아직 유지해야 하는가. 나의 몽상가적인 목표를 유지하면서 지금 벌써 삶의 여유를 탐낼 자격이 있는가 혹은 오히려 그런 여유가 목표 도달에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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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로버트 그린과 마키아벨리
Tracked from Read & Lead 삭제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이 현대판 손자병법이라면, '권력의 법칙'은 현대판 군주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권력을 획득/유지/확대하기 위한 48가지 권력의 법칙을 사례에 기반해서 소개하고 있다. '권력의 법칙'을 2006년에 처음 읽고 나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두 책에서 받은 느낌이 많이 유사했다. 최근에 로버트 그린의 책들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는데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은 정말 마키아벨리보다도 더 마키아벨리적이..
2008/09/24 00:01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전 FlyingMate이 부럽습니다. 조금 있으면 예약 포스트한 글이 올라올텐데, 그 포스트의 주인공이 FlyingMate라는 생각이 듭니다. Re-create yourself의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
2008/09/23 23:44저에게 정말 의미가 큰 포스트와 25번째 법칙을 소개해 주셨네요. 매일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변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정말 변화시키기 힘든 것이 자신의 천성이고 아이덴티티인 것 같습니다.
2008/09/24 19:07잠깐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그런 행동 패턴이 습관으로 굳어지기까지는 기존의 습관과 성향, 그리고 그것이 주는 이득과 쾌감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Buckshot님의 포스팅과 댓글 덕분에 제 고민이 점점 정리되어갑니다^^;;
성훈씨도 꿈의 종류가 많군요. 저도 일찍이 영화에 뜻이 있어 모영화사 감독님 제안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었는데 인터넷 분야에서도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제가 역시나 천재는 아닌지라 영화쪽에서도 단 1~2년만에 두각을 나타내기는 참 힘들더군요. 그렇게 몇 가지에 시간을 쓰면서 벌써 서른이라는 나이가 반 이상 지났네요.^^ 저는 적어도 20대에 쌔끈한 인터넷 회사의 설립과 성공으로 예고편을 마무리짓고 30대엔 인생의 본편을 찍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예고편을 찍고 있다 보니 한 달 전부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놓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성훈씨 입장에서의 "놓치고 있는 여유"라는 것이 성훈씨 인생에서 무지하게 중요한 것이라면 지금 그런 고민을 할리 없을 것이고, 비교적 중요한 것이라면 서른 정도에 돌이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서른도 나쁘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성훈씨는 꼬 20대에 스타가 되셔서 그를 좇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꼭 양산해 주시기 바래요^^)
2008/09/29 03:29제가 여유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확률이 극히 작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자신도 성공할 줄 알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은 실패했지만 그냥저냥 만족하면서 지낸다고 말하는 서른, 마흔의 선험자들과 똑같은 결론을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몇 년 후에 그들이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덕담처럼 들려주게 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인거죠.
2008/10/04 22:42나와 똑같은 꿈을 꾼 사람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그들과 달리(물론 모두가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이룰 수 있는 꿈이라면 꿈이라 불릴 수 없겠지요) 내 꿈 만큼은 진짜 현실로 만들어내려면 그들이 포기하지 못했던 여유를 저는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무난하거나 적당히 하거나 여유로운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매 순간 치열하지는 않았더라도 일이 시작되고 정착되기 까지는 범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치열함을 보여주었죠. 겸손과 여유는 성공한 이후에 누릴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s.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해 주라는 문장이 어떤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랜덤타고 왔습니다.
2008/10/06 23:46좋은 글 보고 갑니다..힘내야겠네요^^
조박사(한영)님 안녕하세요!
2008/10/13 21:51그냥 주절거린 글에 좋은 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힘내야겠네요^^
랜덤으로 타고 와봤는데, 26살이란 숫자때문에 단숨에 글을 읽었어요.
2008/10/09 11:53저도 26살땐 정말 생각도 많고 욕심도 많고 좌절도 많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을 정도로 저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때론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에 자신감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내가 놓치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있어요.
어찌되었든 열정 잃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서 살되,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도 늘 같이 생각하시길...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진심어린 충고 감사드립니다.
2008/10/13 22:02객관적으로 보면 제 또래에 비해 그렇게 힘들거나
뭔가를 포기하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다른 것을 꿈꾸고 다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뿐인 듯.
덧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열정과 여유 둘 다 노려봐야겠어요 :)
와- 이글 좋아요. 제가 아는 James는 알고보니 더 멋진 사람이었네요^^ 그리고 그 marketer 는.. 학교 수업 교재에요 ㅋ
2008/10/25 11:51좋아해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
2008/10/26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