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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7 학습팁 - 책을 읽는 방법 (8)

당분간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스타트업을 주제로 내세운 블로그에 공부 얘기라니. 하지만 학습은, 창업자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테마라고 생각한다. 창업자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과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한정된 시간 내에서 그것을 더 많이 더 빨리 갖기 위해서는 학습의 효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나는 의지나 열정, 동기부여 조차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책을 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눈으로만 깨끗하게 읽는 것이 보편적일 것이다. 나는 책을 정말 더럽게 보는데, 내가 한 번 본 책은 다음 사람이 읽을 수 없을 정도이다. 읽으면서 줄을 긋거나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떠오른 생각들을 책의 여백에 낙서해 놓는다.

그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장에 줄이 그어져 있고 중심 단어보다도 접속사 같은 것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곤 하다. 특히 여백에 있는 낙서를 다시 읽어보면 유치하고 바보같다. 단락 중에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을 그대로 여백에 옮겨적거나 요약해 적거나 문장 형태를 바꾸어 적거나 다이어그램 같은 것을 그려놓기도 한다. 이렇게 읽으면 책과 정말 교감했다는 느낌이 들고 기억에 더 잘 남는다.

이렇듯 기억하기 위해 표시하고 메모한 경우도 있고,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일기처럼 끄적여놓은 것도 있다. 내가 글쟁이였다면 그런 끄적임들이 꽤 쓸만한 글감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책의 주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스케치함으로써 나의 주관과 자아를 정립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문장에 줄을 치고, 떠오른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적어놓는 행위는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혼자 있는 공간이라면 소리내어 읽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기도 한다. 책과 대화하는 것이다. 때때로 본인이 실성한 사람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책을 가지고 읽고 만지고 쓰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는 행위를 동시에 했을 때의 학습 효과는 눈으로 읽는 것과 비교해 월등하다.

아마 학창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암기과목을 공부했을 것이다. 내 고등학교 교과서는 연필로 한 번, 볼펜으로 한 번, 형광 펜으로 한 번, 색연필로 한 번 줄 긋고 동그라미를 쳐 놓아서 책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교과서를 여러 번 봤는데, 제일 처음 볼 때는 오래 걸리지만 두 번째 볼 때는 처음 볼 때보다 1/4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고 세 번째, 네 번째 볼 때는 몇 십 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처음은 기억을 시도하는 과정이고, 두 번째는 그 기억을 각인하는 과정, 세 번째 네 번째는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런 방법을 독서에 사용하고 있다.

대학시절에는 책을 빌려서 읽었는데, 줄을 치거나 낙서를 할 수 없으니 읽는 게 읽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타이핑 요약하는 것이었다. 빌려서 읽은 책이 200권 정도 되고, 권당 10페이지 정도 요약문이 나왔다. 2000페이지가 넘는 도서 요약문은 한 동안 내 재산 목록 1호였다.

책에다 줄을 칠 수 없어서 선택한 차선책이었지만, 1년 이상 지속했던 이 과정은 글쓰기 실력에 도움이 되었다. 아주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2학년 때까지 내 글 실력은, '글을 써서는 안 되는' 수준이었다. 지금처럼 긴 글을 서슴지 않고 써내려갈 수 있게 된 것은, 타인의 주관을 요약하는 과정과 내 주관을 덧붙이는 과정을 특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글을 쓰는 행위의 대부분은 요약하는 과정이다. 자신이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것들을 요약해 자신의 관점을 만들고 그것에 자신의 주관과 경험을 곁들이면서 블로그 포스트가 되고 책이 된다. 그래서 참 새로울 게 없는 글들이 많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곁들이는 그 새로운 주관과 경험들 덕분에 지식이 창조되고 인류가 계속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자위해본다.

지금은 다른 비용을 아끼는 대신, 책에 대해서는 과소비라 생각될 정도로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 내 책 내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 거의 모든 책이런 식으로 본다. 심지어 소설책도 그렇게 본다. 소설은 원래 거의 읽지 않는데, '환율전쟁'을 본 후 거의 1년만에 읽은 소설인 '다빈치 코드'에도 상당한 낙서가 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보거나, 기발한 대사에 중요 표시, 그리고 장면 묘사와 상황 설정에서 영화와 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메모해둔 것이다.

낚시성 제목을 해놓고 별다른 내용이 없는 글이지만, 혹시 '책은 깨끗하게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분이라면 과감하게 볼펜을 들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무엇에 줄을 치고 어떤 낙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같다. 이 책, 이 지식, 이 관점과 나 자신을 완전 합체시키겠다는 목표로, 다양하고 무분별한 낙서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학습 지향적인 독서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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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내가 책을 읽는 방법

    Tracked from 한날의 낙서  삭제

    얼마 전에 어떤 분이 내게 책을 어떻게 읽냐고 물어오셨다. 자신은 집중을 잘 못한다는 말에 오래 끌면 집중력이 흐뜨러지니 빨리 보라고 조언을 해드렸다. 오늘 문득 그 질문이 떠올라 다시 ...

    2008/07/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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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의의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줄 긋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조금 더 낙서를 해 봐야겠네요...
    책은 무조건 사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근데 타이핑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러나 항상 그럴 수 없으니... 낙서라도 열심히 해서 잘 정리해야겠네요...

    2007/12/24 13:58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의의소님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곧바로 실전에서 활용하시는 분이니
      줄 긋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실 것 같은데^^;;

      2007/12/26 10:58
  2. Read&Lea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것을 요약해 자신의 관점을 만들고 그것에 자신의 주관과 경험을 곁들이면서 블로그 포스트가 되고 책이 된다."

    정말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블로그 포스트들은 집단지성의 산물이고 위키라고 봐야겠네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08/01/03 01:08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데로 블로그 네트워크와 포럼/위키 플랫폼은
      집단지성과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족한 글에서 집단지성이라는 멋진 키워드를
      도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8/01/04 17:12
  3. himarx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문학 지문을 독해할 때 열심히 표시하라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8/05/18 22:05
  4. HJaz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FlyingMate님의 책을 보면 밑줄이 없는 곳이 없더군요...
    근데 저도 밑줄치는거 엄청 좋아해요...ㅋㅋ 동그라미도!

    2008/05/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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