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Mate

'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04 컴퓨터에 대한 기억, 경험, 제언

지난 달에 PC에 램을 추가했다. 램 가격이 많이 떨어져 1G를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램을 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러다 메인보드가 망가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을 주어야 한다. 이번에도 메인보드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에 램을 충분히 꼽지 않아서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몇 번 시도해야 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PC는 2005년 가을에 조립했다. 용산에서 부품들을 사와 집에서 완성했다.
조립에 익숙지 않았으면서도 명색이 컴퓨터 전공자인데 PC 조립 하나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조립에 성공했다. 지금은 30분이면 끝날텐데 당시에는 4~5시간씩 걸렸던 것 같다.

이 PC는 인텔 펜티엄4 프레스캇 640(3.2G), 1G램(업그레이드 후 2G), 지포스6600GT, 하드 550G(250+300)로 이뤄져 있다. 고사양을 요구하는 온라인 게임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최신 패키지 게임도 풀옵션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즐겨볼 수 있다. 2년을 넘게 사용했는데도 업그레이드 뽐뿌 받을 일이 별로 없다.

그 이전에 사용하던 PC는 2002년도에 장만한 P4 1.6이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조립을 했다. 사실은 나는 램을 꼽은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보다도 전 것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99년도에 마련한 P3 800이었다. 서클이 전산반이었고 가을 축제때까지 3D 동영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부모님을 졸라 당시엔 상당히 고사양이었던 펜티엄3를 장만했다. 이것 역시 조립PC였지만 아버지가 조립된 상태로 가져오셨기 때문에 내부 구조는 전혀 몰랐다.

렌더링이 끝난 3D 동영상은 용량이 GB 단위였기 때문에 이를 PC간에 옮겨야 할 경우, (당시에는 인터넷 회선이 좋지 않았고 랜에 대한 개념도 잘 몰랐기 때문에) 본체를 열어 하드 디스크를 들고다니며 연결해야 했다. 그것에 익숙해지자 친구들 집에 놀러갈 때마다 하드 디스크를 들고다녔다. 그들이 보유한 희귀 자료들이나 BM98 음악파일들을 담아오곤 했다.

당시에 내 친구들은, (내가 전산반 소속이라는 이유로)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으면 나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하곤 했다. 사실 나 역시 컴퓨터에 대해 무지한 것은 그들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본체 뚜껑을 열어볼 용기는 있었기 때문에 일단 열고서 이것 저것 건드려보았다.

그것이 그들 눈에는 프로페셔널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램이나 그래픽카드를 조금 건드려보거나 뽑았다가 꼽으면 대게 다시 부팅이 되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만 나는 약간의 성취감과 함께 그들이 시켜준 자장면을 얻어먹을 수 있었고, 그들은 삶을 되찾았으니 괜찮은 거래였다.

그 전에는 P3 500, 그보다 전에는 P 133, 그리고 내가 최초로 구매한 컴퓨터는 삼보 486 컴퓨터였다. 그래서인지 TriGem이라는 로고는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하다. 1M짜리 디스켓 하나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디스켓이 많은 것이 자랑일 때였다. 워크래프트와 페르시아의 왕자 2가 있었다.

그보다도 몇 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후에 PC실습이 있었다. 286 컴퓨터였는데 MS-DOS와 GW-BASIC을 가르쳤다.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선생님 몰래 고인돌을 즐겼다. 그 실습이 내가 컴퓨터를 접한 최초의 경험이었다. 초등학교 숙제를 워드로 제출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좀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글을 쓰려고 시작한게 아닌데 어쩌다보니 과거로 갔다와서 좀 아련해졌다. 원래는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고 업그레이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 손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보려고 시작한 글이었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다가 옛날 이야기를 잔뜩 해 놓았다.

어쨌든 추가한 1G 램 덕분에 약간의 성능 향상이 있다. 특별히 빨라졌다는 느낌은 없지만, 버벅거림(지체)이 사라졌다는 느낌은 확실하다. 평소에 인터넷 창을 한 번에 20개에서 80개까지 띄워놓기 때문에 지체가 종종 발생했었다. 포토샵과 이클립스, 쥬크온까지 띄워놓으면 메모리가 부족해 하드 디스크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파이어폭스 혼자서 메모리를 500M씩 잡아먹기 때문에 하드 디스크에 할당해놓은 가상 메모리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램 대신 디스크를 메모리처럼 사용하게 되면 속도면에서 수십배 수백배의 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다. 지체 증상은 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램 1G를 추가해 2G를 만들자 가상 메모리 사용을 막을 수 있었고 이제 지체는 발생하지 않는다.

오늘은 파워를 교체했다. 요 며칠사이 PC가 제대로 부팅되지 않는 증상이 있었다. 윙 하면서 1초 정도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가 피식하면서 꺼져버렸다. 부팅 스위치(본체 앞에 있는) 대신 파워에 있는 파워 스위치(본체 뒤에 있는)를 껐다 켜면서 부팅 스위치도 함께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간신히 켜졌는데, 며칠 참다가 고치려고 마음먹고 증상을 확인했다.

부팅은 되는데 모니터가 안 들어오는 경우 램이나 그래픽카드가 접속 불량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부품들을 뽑았다가 다시 꼽는 것 만으로도 해결되곤 하는데 이번에는 부팅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아예 켜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켜졌다가 이내 꺼지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CPU나 메인보드, 파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서광열님이 진단의학과 디버깅과의 연관성을 언급하신 것처럼, PC 하드웨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진단하듯이 해결하는 것이 좋다. 나는 먼저 CPU를 의심했다. CPU 냉각 팬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팅이 되었다가 몇 초 내에 꺼지는 증상이 발생하곤 했었다. 팬이 메인보드에 제대로 꼽히지 않았거나 제대로 돌지 않는 경우, CPU 발열이 증가해 저절로 파워를 떨어뜨리는 경우이다.

그래서 CPU를 살펴보니 엄청난 먼지가 팬 안에서 층을 이루고 있었다. CPU의 냉각팬은 특히 먼지가 잘 쌓이는 부위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청소해줘야 할 것 같다. 팬 틈새를 면봉으로 긁어내니 한 스푼 만큼의 먼지가 나왔다. 이제 잘 동작하겠지 싶었는데 여전히 부팅 후 1초만에 꺼졌다.

이제 파워나 메인보드를 의심해야 하는데, 메인보드는 나름 고가(1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가급적  나중에 의심하기로 하고 파워(3만~4만)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파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파워를 끼워보는 것이다. 집에 보조 PC가 있어서 그 파워를 분리해 메인PC에 껴보니 제대로 부팅이 되었다.

하드디스크와 램을 추가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아졌을 것이다.
원래 사용하던 파워는 출력이 350W인데, 고장난 것인지 아니면 이 PC에 필요한 전력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뿐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보조PC에 장착해 보았고,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무상수리기간도 끝난 이 파워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고, 집에 PC가 두 대이니 파워를 하나 구입해야 했다.

넉넉히 450W를 구매하기로 하고
SATA 전원 캐이블이 2개 이상, IDE 전원 캐이블이 2개 이상인 파워를 찾았다. IDE 전원 캐이블은 보통 파워마다 5개 정도는 달려 있고, SATA 전원 캐이블 역시 그 수가 부족해도 IDE 전원 -> SATA 전원으로 바꿀 수 있는 브릿지 캐이블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필수 고려요소는 아니지만 본체 내부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나와에서 컴퓨터 부품을 찾다 보면, 각 부품별로 정말 다양한 업체들이 있고 다양한 스팩들이 있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사용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양한 부품들에 대해서 또 다양한 쇼핑몰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나와는 가격 비교 기능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광고와 이벤트 채널을 판매하고 있고, 다나와에 등재된 수많은 쇼핑몰들의 보증보험과 에스크로를 제공한다.

파워의 경우 성능이랄 것이 없고 안정성과 소음이 중요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측정이 어려워 사용 후기에 의존해야 한다. 최대 출력이 아닌 정격 출력을 고려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업체가 최대 출력만 표기하고 정격 출력을 숨겨서 구매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용 후기를 읽다 보면, 파워의 안정성을 특히 중시하는 소비자가 PC방 업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출력과 SATA/IDE 전원 캐이블, 업체 신뢰도 정도를 보고 파워를 하나 구매했다. 결정은 다나와에서 했지만 구매는 G마켓에서 했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개별 소호 쇼핑몰보다는 오픈 마켓의 파워딜러에게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유는 배송 시간이 더 빠르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이는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년 전에 구매한 파워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냉각 팬이 본체 뒤쪽으로 오지 않고 본체 내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과, 팬이 커졌다는 것, 그리고 IDE 전원 캐이블을 꼽거나 뽑기 쉽도록 집개 형태로 되어있다는 것, 컬러가 좀 다채로워졌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PCI-E 포트에 꼽는
최신 그래픽 카드의 경우 6개 또는 8개의 전원 커넥터를 별도로 사용하나본데 그것도 포함하고 있다.

구매한 파워에 대한 총평은 불만족이다. 팬이 커서 그런지 소음이 크다. 본체의 위치를 내 귀에서 좀더 멀리 하거나 본체를 수납할 수 있는 별도의 장을 마련하거나 해야겠다. 그리고 다음 번에 파워를 구매하게 되면, 저소음을 좀더 중요하게 고려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기까지가 최근에 램을 추가하고 파워를 교체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사용해온 PC 사양의 변천사였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직접 PC를 조립할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의 효용을 체감하실 것이고, 맥이나 노트북이 아니라면 브랜드PC 대신 조립PC를 고려하실 거라 생각한다.

내가 만약 조립PC에 익숙하지 못했다면, PC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A/S 센터에 PC를 들고 가거나, 컴퓨터를 잘 아는 친구가 집에 와 줄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하드디스크가 꽉 찼을 때는 지울 파일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고, 버벅거림이 발생했을 때는 인내했을 것이며, 해보고 싶은 게임이 내 PC에서 돌아가지 않을 때 PC방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업그레이드나 부품 교체에는 분명 돈이 들지만, 그 비용은 술 약속 몇 번 잡지 않으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내 주위 사람들이 부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부분적인 업그레이드 대신 몇 년 참다가 새 PC를 통째로 구매하는 이유는 하드웨어를 전혀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이기도 하다.

모든 업무와 학습과 생활을 PC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의 상태나 구조, 그리고 문제 발생시의 해결책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삶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PC는 생각보다 자주 고장나고, 그것을 고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것을 자기 손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 도구에 대해 좀더 안정적인 포지션을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공학도 친구들 중에서도 직접 조립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PC 조립에 대한 책을 한 권만 읽어도 혼자 힘으로 조립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컴퓨터 역사에 대해, 그리고 부품 시장과 다나와 생태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벤처를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PC조립도 제 손으로 할 수 없다면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은 이 블로그의 주제와 이 포스트를 억지로 연결시기 위한 사족이다)

TRACKBACK :: http://flyingmate.net/trackback/36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lying Mate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
소소하지 않은 일상 (45)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