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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4 짓궂은 이야기 (4)

짓궂은 이야기

소소하지 않은 일상 2008/02/24 22:26 by FlyingMate

최근에 개발 관련 글을 많이 적었다. 이 블로그 독자분들 중에서 개발 관련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좀 짓궂긴 하지만 의도적인 구석도 있다. 내가 쓰는 글 중 꽤 많은 글들은, 몇 주 전 또는 며칠 전의 나 였다면 쓰지 못했을 글들이다. 즉 2월 첫째주의  FlyingMate였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내용의 글들을 2월 셋째주의 FlyingMate는 마구 아는 채 하며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 3월부터 css책을 보기 시작했다. 3월 이후에 내가 어느 순서로 어느 분야의 책을 봤는지는 출판사와 주고 받은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발견한 오타를 정리해두었다가 메일로 보내거나 출판사 홈페이지에 오타 등록을 했고, 담당하시는 분이 검토 및 반영 내역을 메일로 답해주시는데 그 메일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발견한 오타를 꼬박꼬박 정리해서, 마치 마감 시한에 쫒기듯 부지런히 전송한 이유는 밝은 세상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계산 때문이다. 학습 진도를 체크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 내가 얼마만큼 공부하고 있는지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이 책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되더라.

물론 스타트업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건 매우 거시적이었고, 단계적이고 미시적이면서 심리적인 감시가 필요했었다. 출판사 담당자 분들은 나를 감시할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감시란 것이 원래 받는 쪽의 느낌.

당시의 나에겐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 하나의 도전이였고, html 이외에는 만져본 적이 없는 내가 정말 스스로 웹개발을 해낼 수 있을지  어떻게 될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하자고 권하기도 애매했었다. 좌절하던 시기였다. 물론 일시적인.

4월엔 황대산님의 레일스 입문서로 html 코딩이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걸 처음 접하기 시작했고, 7월엔 에이콘 출판사에서 보내준 DOM 스크립트라는 책으로 자바스크립트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여러 권의 책을 봤고 꽤 많은 온라인 텍스트와 소스코드를 읽고 작성했다. 개발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시기이지만, IT에 발을 담근 후 가장 많은 웹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와 비즈니스 구조를 벤치마킹한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엔 입문서에 의존했고, 중간과정으로 직접 만든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해봤으며 다시 활용서와 해외 블로그의 튜토리얼들에 잠시 기대었다가 지금은 오픈소스와 레일스 프레임워크의 코드를 직접 보면서 필요한 것만 검색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다.

소스코드를 통해 학습하는 이야기를 좀더 해보면,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의 소스코드를 보다가 이해도 안 되고 지치기도 해서 다른 경량의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다시 그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소스코드를 똑같이 따라 타이핑하면서, 그것에 대한 이해나 의문점을 주석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자바스크립트와 레일스를 공부하고 있다.

처음 보는 코드는 30% 밖에 이해가 되지 않고, 같은 코드를 두 번째 받아 칠 때는 거의 이해하게 되며, 세 번째 따라 치면 외우겠다 싶을 정도가 된다(물론 과장해서).
이 과정은 내가 책을 읽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처음 보는 코드를 눈으로만 훑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지속해야겠지만 지금은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고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점점 명확해짐을 느낀다.

프로그래밍의 시작을 루비온레일스와 함께한 경우, 즉 유일하게 루비온레일스로만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우는 독특한 경험으로 분류된다. 레일스는 원래 개발자이던 사람들이 대안으로 선택하거나 쉼터로 여기는 분위기이지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나 개발자 지망생이 첫 경험으로 선택하는 기술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레일스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레일스 프로젝트를 다루는 기업이 희귀하기 때문에 대학교육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해서 증명한 바로는 레일스는 좋은 프로그래밍 입문 과정이다. (사실  '가장 좋은' 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가, 내가 경험해 본 것이 레일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웠다) 레일스를 만져본 다음에 디자인 패턴 책 보고 데이터 구조 책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해보는 데까지 이르는 거리도 짧다. 난 컴퓨터 과학부를 나름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Y대에서 컴퓨터 과학을 2학년까지 배웠지만 레일스와 자바스크립트 가지고 몇 개월 공부한 것이 학습 효과가 훨씬 컸다.

작년 봄, 나에게 레일스를 너무 쉽게 가르쳐주신 황대산님을 직접 만나뵈어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 싸인도 받았다. 황대산님의 책을 보면서, 레일스는 진정 개발의 대중화를 가져다 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 이야기를 대산님께 했더니 맞장구를 쳐 주셨다. 개발의 대중화라는 말은 기존에 디자이너였건 기획자였건 아무 것도 아니었건 개발을 배우려는 의지, 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개발 능력을 갖게 해준다는 의미였다.

레일스는 정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대산님의 책이 나온지 1년 가까이 지나가는데 여전히 레일스는, 원래 개발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대안 기술로 남아 있다. 난 주변의 디자이너, 기획자, 또는 그냥 경영학 전공하는 친구에게도 레일스 책을 추천한다. 더불어 css책도. (이통사에 기획직으로 입사한 친구에겐 자바책을 추천했다)

내가 느끼기에,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열망은 개발자들이나 공학도들 보다는 기획자들 또는 경영학도들 사이에서 더 뜨겁다. 그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이다. 말로 떠들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좋은 책 좋은 튜토리얼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부재는 개발능력을 갖춘 기획자의 부재가 원인일지 모른다.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 가운데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분들은 이 책 한 권 장만하시기 바란다. 물론 이 책은 아주 기본적인 시작점이고 후속 전략을 지속적으로 세워야 한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이전에 배워왔던 심리학이나 마케팅, 경영학, 수학, 인터페이스 기획, 프로젝트 관리 같은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 다른 어휘체계를 갖기 때문에 깊이 들어갈수록 일시적으로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소한 분야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학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호흡을 느끼며 개발 능력을 키워 나가고, 내가 요 며칠 써왔던 알 수 없는 글들이 점점 읽혀지면서, 참 별 것 아닌 내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셨으면 좋겠다. 평생 기획자로 먹고 살 생각이었는데 이 블로그를 보고 개발
시작했다가 결국 사업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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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legant Univers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으로 프로그래밍 쪽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지 대략 3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처음 어느 애플리케이션의 코드를 보며, '언제쯤 나도 이런 것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될까?' 라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정신없이 달려와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많은 능력과 자신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매우 많지만,,, 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자주 들려서 좋은 글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교훈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2008/02/25 03:43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덧글을 남겨주셨을 때, Elegant Universe에 대해 검색해 봤더니, 초끈이론 등을 다룬 물리학 서적이더군요. 물리학과 천문학도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인데, 깊이 들어갈수록 철학적인 향기가 나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비전을 보고 나아가고 있다면 언젠간 분명 만나뵙게 될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공감의 덧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제 스스로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만큼, Elegant Universe님의 성공도 기원해드리겠습니다.

      2008/02/25 19:46
  2. HJaz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컥...대단하시군요...
    근데 옛날에 언젠가 Prototype.js 소스코드를 직접 분석하신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 ^^;

    2008/05/19 01:18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분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prototype.js의 코드를 읽고 모방해보면서
      자바스크립트 자체에 대해 이해하기도 하고
      객체 지향 자바스크립트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랬죠^^;;
      그 때 한창 자바스크립트 공부하던 때였네요.
      지금은 다행히 많이 익숙해졋습니다~

      2008/05/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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