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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5 직관과 논리 (9)

직관과 논리

소소하지 않은 일상 2008/02/25 19:38 by FlyingMate

사람은 사고를 할 때나 판단을 내릴 때 직관과 논리를 사용한다.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논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직관과 논리를 좀 유치한 어휘로 바꾸어보면, 직관은 '느낌', 논리는 '생각' 정도가 되지 않을까. 노련하다는 표현에 직관력이 강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유사한 경험이 반복되고 축적되면서, 굳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이끌림에 따라 판단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 노련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때 베스트 셀러였던 말콤 글레드웰의 'Blink'는 이와 같은 직관력을 강조한다. 사실 난 그런 설득방식(티핑 포인트에서도 보였던)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데,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몇 가지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형태이다. 그의 책들은 포괄적인 인사이트를 주기 보다는 몇 가지 현상에 대한 그럴듯한 해석을 바탕으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당시(2년 전)의 나는 직관적인 판단(다른 말로 경험의 축적에 의존하는 또는 느낌을 믿는)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중요시하는 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블링크를 읽어본 것인데, 재미있는 사례들이었지만 그것들은 직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기 보다는 프로세스나 형식에 대한 추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강조하고 있었고 직관을 위한 트레이닝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것이 결국 논리적인 사고의 반복이었다. 책을 급하게 읽은 사람은 '논리적으로 살면 실패한다'라고 오해할 수 있겠더라.

이 책을 반박했던 책이 'Think'였고, 직관력의 출처는 결국 논리적인 사고의 축적이라고 주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두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고, 그 두 책을 리뷰하기 위한 이 글을 시작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책을 들춰보면서까지 다루고 싶지는 않다.

직관과 논리를 대변하는 이 두 책이 떠올랐던 이유는, 며칠 전에 읽었던 'BCG 전략 인사이트'에서, 경영 컨설턴트의 덕목으로 직관과 논리의 균형을 강조했기 때문이고 마침 나 역시 직관과 논리의 적절한 분배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세 권의 책들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책도 아니고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바쁜 현대인에겐 읽을 가치가 있는 다른 책이 많이 있다. 그리고 공개적인 책 추천에는 내 이름이 걸려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조심스러운 편이다. 물론 지인들에게는 그들의 상황과 흥미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을 한다.

어쨌든 이 책은, BCG Matrix(
마케팅에서 단골로 나오는)로 유명한 보스톤 컨설팅 그룹 Vice President인 미타치 다카시가 저술했다. 그는, 경영 이론과 사례를 배우는 데는 논리적인 학습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패턴화, 키워드화 하고 동시에 이미지 형태로 변환해서 직관의 영역으로 넘기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논리적인 기준으로 검토해서 보완하라고 말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프로그래밍에서도, 경영에서도, 마케팅에서도, 그리고 웹 서비스 카테고리나 인터페이스 세트에서도 반복되는 요구나 상황에 대해 패턴화가 가능하며, 이것을 직관의 영역으로 넘겨서 우뇌로 처리를 하면, 시간과 좌뇌의 리소스를 아낄 수 있다고 본다.

인터페이스를 예로 들면, 컨텐츠의 카테고리를 표시하는 인터페이스나 게시물을 작성하는 인터페이스, 회원 가입 인터페이스, 동영상 뷰어의 인터페이스 등 일반적이고 반복되는 UI의 경우, 기획할 때마다, 매번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약간의 변형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어느 한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가정하게 되면 그 이외의 부분, 그리고 더 포괄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에 좌뇌의 논리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을 하려면 개별 인터페이스에 대해 완전히 익숙해져서 직관의 영역으로 넘겨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나 하나 짚어보고 발상해보고 그려보는 초기의 논리적인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패턴화된 부분을 매번 떠올리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패턴화되어 직관으로 처리되는 부분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직관의 경우 이미 그것을 맞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외부의 논리적인 개입이 없으면 해오던 방식대로 관성대로 행동하게 된다. 한 분야에 오래 머물거나, 윗자리(또는 갑)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직관은 자연스럽게 굳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고 어떤 때는 좋은 판단을, 어떤 때는 나쁜 판단을 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직관을 신뢰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아니, 그렇다기 보단 내가 신뢰하지 않는 직관의 종류가 위와 같은 것이다 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느 부분을 직관으로 처리하고, 어느 부분을 논리로 처리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데, 경험이 오래될 수록 불필요하게 많은 부분을 직관으로 처리하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전에서는 직관의 효율성을 활용하되 틈틈이 직관과 논리 사이의 전환을 트레이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듯 하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되는데,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나의 직관적인 판단(블랙박스에 들어있는)의 근거들을 논리로 풀어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직관의 맹점을 스스로가 깨닫게 되고 타인의 객관적인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수평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윗사람의 직관에 아랫사람의 논리가 끌려가기 때문.

지금의 나는 적절한 직관의 사용을 좋아한다. 논리의 영역에서 처리했던 것들을 점차 직관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부분은 생각을 해서 판단하지만, 어떤 부분은 그냥 느낌으로 판단한다. 직관을 사용하려면, 그것을 언제든 논리로 변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논리적인 오류가 발견되면 언제든 직관을 새로 고쳐야 한다는 나름의 지침을 세워두긴 했지만, 이것은 참 미묘하고 애매한 문제다.

업무가 세분화되는 상황에 '직관과 논리'를 적용해볼 수 있는데, 조직이 커지고 프로세스가 강력해질수록 표면적으로 논리의 영역이 강해진다.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문서 워크의 전문화가 발생한다. 표면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것이 논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윗사람의 직관이 깔려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고 빠른 기업일수록 서로의 직관을 믿어보고 재량권을 주는데, 어차피 프로세스라는 것이 불완전한 직관을 그럴듯한 논리로 감싸는 껍데기일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까. 논리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냥 느낌대로 만들어보라고, 그래서 그 결과로 직관력 자체를 발전시키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의 기업이 쫌 멋있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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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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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1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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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술적인 내용을 모르는 나로서는 모처럼, 말을 거들어볼만한 내용이네요.^^ 덕분에 직관과 논리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걍 사람마다 직관과 논리를 사용하는 비율은 선천적인 기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네요. 훈련이나 의도적인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Flyingmate님이 논리에 훨씬 가깝고, 내가 직관을 신봉하듯이요.

    근데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보통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이
    끈질긴 의지력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또한 직관이라는 것이 그 이름값을 하려면, 탄탄한 실행력으로
    입증이 되어야 할꺼구요.

    결론적으로, 판단은 직관으로 하고
    자신의 직관을 입증할만한 승부근성을 가진 사람에게 한 표!

    2008/02/28 08:47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대로, 자신의 직관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연속된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행력이 중요하구요. 반면 논리력을 증명하는 방법은 글과 말이 있지요.

      제가 글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제 논리의 측면이고, 직관의 측면은 서술로 드러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미탄님이 저의 논리 쪽의 모습만 보실 수 있는 거구요. 미탄님의 글을 통해서는 논리적인 미탄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 생각으로는, 직관은 그냥 갖게되어지는 것이고 논리는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직관 중에서도 좋은 직관을 갖기 위해서는 논리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리느냐의 여부는 선천적인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유년기의 교육도 중요한 것 같아요. 환경을 국내로 한정짓는다면, 교육이 획일적이니 결과적으로 선천적인 요소로만 논리/직관의 성향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유럽과 북미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견, 성향, 목표 등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을 보면, 우리의 논리력도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관을 넘어, 좀더 훈련되고 개선된 직관을 갈망하는 사람에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미탄님이 하신 말씀과 같은 말을 제가 하고 있네요^^;;

      2008/02/29 12:21
    • 미탄  댓글주소  수정/삭제

      '직관'에 대해 참 인상적이었던 분은 미래산업의 정문술사장이었어요. 그는 '반도체'가 유망할 꺼라는 사실 하나만을 안 상태에서 반도체 공부를 시작하여, 결국 성공했지요.

      사람을 보는 태도에서도 계속 직관을 활용하는데요, 뭔가 자신의 초기 직관이 잘못 되었구나 싶을 때에도, 동물적인 느낌을 믿으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기질적으로 직관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왜냐면 내가 그런 편이라서요.

      그런데 Flyingmate님의 포스트에서 유발된 생각을 따라가다보니, 어떤 직관도 사실은 논리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가령 많지 않은 글을 보고 내가 Flyingmate님의 비범함을 알아본 것을 풀어말하자면,
      학습인으로서의 자세,
      나이를 뛰어넘는 성숙한 사고력,
      의지력과 균형감각까지 캐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정리해보자면,
      지식을 포함한 논리의 훈련으로
      직관의 날도 계속 날카롭게 벼릴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내려야할 때
      정작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직관이다~~ 뭐 이 정도? ^^

      2008/03/01 08:34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문술 사장님에 대한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데로 직관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지요. 논리적인 단계(개인적인 사고과정이 아닌 통계적인 조사와 수치적인 고려, 사전 검증)를 수행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사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죠) 또는 그런 검증을 거쳐도 어떤 판단이 더 옳은 판단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엔 직관을 믿어보는 것이 추진력도 좋고 후회도 없지요.

      경영자들의 자서전과 인터뷰 등을 보면, 그들이 논리적이라는 느낌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굉장히 굳게 믿고있고, 자신의 직원들 팀원들 역시 그것을 굳게 믿게 만드는 리더십이 느껴집니다. 어떤 경우는, 판단 자체가 옳아서라기 보다는 정해진 판단대로 너무나 완고하게 추진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 사례도 있죠. 판단 보다는 실행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있고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인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논리적인 측면에서 존경하는 경영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웹/소프트웨어 쪽에는 논리적인 경영자가 많다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데이터가 빠르고 잘 공유되니깐 직관보단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에 의존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요. 제가 IT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이유도, 미탄님이 말씀하신대로 제가 논리적인 성향이 강해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글에 쓴데로, 점차 직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지만요^^;;

      (더불어 미탄님의 논리적인 풀이에 저에 대한 칭찬을 담아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온라인에는 다른 굉장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비범하다는 말씀은 조금 쑥스럽네요^^)

      2008/03/04 18:11
  2. 어떤 사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플라잉메이트님은 똑똑하신 분이군요.

    2008/07/25 13:45
  3. ego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봤습니다. 직관과 논리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내요. 직관과 논리에 대한 좀 다른 측면의 생각을 트래백해봅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직관과 논리와는 좀 성격이 다른 부분이 모호하게 존재하는 군요.

    2008/08/11 10:10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글을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관과 논리를 도구나 인터페이스와 연관지으신 통찰에 감탄했습니다.

      2008/08/14 20:25
  4. ego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전에 제가 쓴 직관과 논리와는 좀 다른 관점의 글을 걸어봤습니다. 다시 한번 FlyingMate님의 글을 읽어봤는데 두번 읽어보니 더 좋내요.

    2008/10/14 01:26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족한 글을 두 번이나 읽어주셨네요. 다시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going님 덕분에 글을 쓰고 싶네요 :)

      2008/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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