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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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4 스타트업과 벤처의 구분 (14)
  2. 2007/10/07 블루런 벤처스, 그리고 벤처캐피털의 역할 (1)

스타트업 웹 서비스는 벤처를 지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어휘 자체가 닷컴 버블 무렵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서 벤처의 뉘앙스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만약 스타트업이 일반적인 신생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가정하면, 모든 스타트업이 벤처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벤처라는 어휘의 정의는 기본적으로 실패의 위험성을 포함하고(involves the risk of failure) 있다. 어떤 새로운 회사가 만드는 새로운 웹 서비스가 만약 매우 큰 리스크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벤처 회사가 아니라 단지 새로 시작하는 회사일 뿐이다.

벤처와 스타트업의 구분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쉽게 망각하는 부분이다. 레일스의 창시자이자 Profitable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37signals의 DHH(David Heinemeier Hansson)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그런 스타트업들이 너무 벤처만을 지향하는 트렌드를 꼬집고 있다. (링크를 공유해주신 험블님께 감사드립니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을 저번 포스트에 첨부한 PPT에 담았었다(DHH가 꼬집는 바로 그 성향). B2B 서비스(에디터, 오피스, 그룹웨어 등)가 아니라면 For Free를 기본으로 하고 사용자 기반과 페이지뷰로부터 디지털 컨텐츠, 광고, 판매 중개 등을 최적화해 비용을 상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DHH가 말한데로 사용자 타겟을 합리적인 수치(100~1000)로 잡고 적절한 Price 전략으로 Profitable($1M+)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37signals의 서비스들은 내가 위에서 언급한 B2B 중 그룹웨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좀더 캐쥬얼한). 하지만 그 이외의 전략을
모 아니면 도(Billion or Die)나 허상(Next Facebook, Next Myspace, Next Youtube)이라고 몰아세웠다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조금 갸우뚱 하게 된다.

그 이외의 전략이란, 위에서 말했던 '벤처'라고 볼 수 있는데 VC(벤처 캐피털)나 외부 차입금을 등에 엎고 초반 적자를 감당하며 사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장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DHH가 이것 대신 제안한 전략은 밀리언 달러 정도의 기대치를 세우고 1/10~1/100 정도의 성공 확률로 작은 서비스들을 시도하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십분의 일이라. 오프라인 점포 사업에 비하면야 낮은 확률이지만(아닐지도) 100명에서 1000명 정도를 만족시킬 서비스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매장 하나 임대하는 비용보다도 저렴할 것이다. 시간과 비용 조절을 잘 하면 여러 번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치만 높게 잡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면 벤처라고 불릴 수 있는 비즈니스는 성공 확률이 1/10,000~1/100,000로 급격하게 감소하지만 빌리언 달러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성공확률과 수익기대치의 곱(million * 1/10 == billion * 1/10,000)은 결국 위의 비즈니스와 같아진다. 진짜로 같진 않겠지만 어쨌든 낮은 성공확률만큼 높은 기대수익이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다.

둘 사이에 장단점이 있는데 DHH가 전자의 비즈니스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자신의 경험(37signals를 일으키는 데에 외부 자금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고, 리스크를 싫어하는 본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의견의 반대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 37signals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단 37signals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위에서 언급한데로 B2B 그룹웨어이다. 꼭 기업단위로 사용하지는 않을지라도 주요 타겟은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하는 직장인/개발자/팀이며,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인에게서 의미있는 Subscription 수익이 발생할 것 같진 않다.
사용자는 Customer처럼 가입해서 사용하지만 실제로 사용자는 Customer 보다는 Client에 가까운 그런 서비스다.

37signals는 개발 팀원 개개인의 명성과 오픈소스 참여 실적, 출판과 블로깅 및 컨퍼런스 강연 활동 등으로 PR 효과를 보았다.
이런 활동들로 인해 잠재 Client들(개발자들, 기업 고객)에게 널리 알려졌고 그렇게 사용자를 확대해 현재 꽤 큰 매출 규모(multi-million)를 갖고 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도 유용하면서도 캐쥬얼하게 잘 설계되어 있다.

별다른 투자도 리스크도 없이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DHH가 한 주장이니 일리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회사는 37signals가 성공한 방식으로 성공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37signals는 애플리케이션 사용료로서 Subscription을 받는데, 커스터마이징되지 않은 웹 애플리케이션 사용료로 돈을 지불할 클라이언트는 많지 않다.

실물을 구매/임대한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면 지갑 열기 힘들다. 그래서 Subscription 수익모델의 서비스들은 대게 스토리지나 네트워크 사용량에 따라 돈을 받는다. 사용자들은 실물 자원(서버, 스토리지, 트래픽)에 대한 지불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지불하기 전에 대체제를 먼저 찾으며 대게 무료로 제공되는 대체제가 존재한다.

DHH가 예로 든 온라인 팩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 역시 애플리케이션 기반 사업이 아니라 실제 통신 비용을 소비하는 팩스와 실제 가격이 있는 소프트웨어의 유통에 마진을 얹는 사업이며, 애플리케이션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은 37signals처럼 그룹웨어, 에디터 등을 포함한 B2B 솔루션 정도밖에 없다.

그런 카테고리 가운데 시장이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고, 더군다나 MS와 경쟁해야 하며, 수많은 무료 경쟁 서비스들과 비교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37signals는 MS나 무료 서비스들과 경쟁해서 나름의 마켓 쉐어를 확보한 것인데, 이것이 벤처가 성공하는 것 만큼 확률이 낮은 일은 아닐까. 또 양적으로 수천명의 클라이언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질적으로 소수의 클라이언트에게 커스터마이징해 고객 당 수익률을 높이려 들 것인데, 그러면 결국 SI로 간다.

DHH가 하고 있는 사업이나 DHH가 제안하는 사업은 서비스와 SI 중간의 어디쯤인 것 같다. SI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SI 사업이 의미가 있는 만큼 반대편에 있는 벤처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37signals의 천재 인력들이 뭉쳐서 저런 다방면의 활동으로 PR효과를 유발시켜서 얻은 수익이 멀티 밀리언, 우리 돈으로 연 매출 수백억이다. 레일스는 현재 업계 최대의 이슈 중 하나인데, 그런 레일스의 PR 효과가 그 정도 매출이다. 레일스가 없었다면 37signals, GettingReal이나 Signal vs Noise가 알려지기나 했을까.

그 레일스를 이용해 다른 업체(Slideshare 등)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들은 이미 멀티 밀리언 투자를 받아 빌리언 단위의 매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과 대조해볼 수 있다. 37signals의 전략은 잘 먹혔고 의미가 있었지만,
어쩌면 그들이 VC를 끼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다른 방법으로 붐업했다면 지금 벌써 빌리어네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알 수 없는 일이니.

Subscription 수익모델의 애플리케이션과 페이지뷰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의 애플리케이션은 설계가 다르다. 또 Subscription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무조건 결제가 아니라 기본 서비스는 무료, 프리미엄 서비스일 때 결제해야 하는 결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 어느 정도 리스크를 포함할 수밖에 없지만 무조건 결제 보다는 사용자 기반이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사용자 기반이 어느 정도 이상에 도달하기 전에는 적자가 나는데, DHH가 For Free의 반대 개념으로 말한 Price(유료 결제 서비스 또는 Subscription) 전략은 VC의 자본력을 활용하는 벤처에게도 유효하다. VC가 하는 역할이 바로 어느 정도 적자에 사업 전략이 휘둘리지 않고 사용자 기반을 과감히 늘리도록 총알을 대주는 것이다. For Free든 Subscription이든 손익분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초반 적자는 필연적이다. 자기자본은 부족한데 VC는 싫다면 차입금으로 부채율이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37signals처럼 파트타임 작업만으로(초반) 사용자가 결제할 용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팀은 차라리 VC에게 프로토타입을 보여주고 지분 희석해서 밀리언 달러를 모은 다음 1~2년 정도 풀타임으로 2~3개의 서비스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그리고 37signals가 Subscription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카테고리(그룹웨어, Chat, ToDo, Calendar, Project 등)를 이미 점령했다(반은 농담이다).

VC가 참여했다는 것은 이미 밀리언 달러의 투자를 받아 회사 가치가 멀티 밀리언 달러 이상이 되지 않으면 투자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비공개 베타중인 검색엔진 Powerset을 MS가 $100M 정도 선에서 비딩(bidding)할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Powerset은 세 투자자로부터 $12.5M의 Series A 펀딩을 받았다.

만약 펀딩의 대가로 12.5% 이하의 지분(그 이상일 가능성이 크지만)이 희석되었다면 그 딜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일어난다면 차익 회수가 아니라 청산이 되는 것이다. MS의 bidding으로부터 Powerset의 시장 가격을 일단 알았으니 VC들은 이제 Powerset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구글, 야후 등에게 bidding을 제안하기도 하고 서비스 공개를 서두르거나 유명 인사 영입, Series B 펀딩 유치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점이 벤처와 스타트업이 다른 점이다. DHH는 벤처가 아닌 스타트업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가 우려한, VC를 등에 엎은 스타트업은 벤처의 길을 간다.
전자는 금전적인 리스크를 피해 기회 상실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후자는 기회 상실의 리스크를 피해 금전적인 리스크를 감수한다.

일단 투자를 받았으면 금전 부분은 벤처 회사의 리스크가 아니라 VC의 리스크이며, VC는 Risk Hedge를 위해 포트폴리오 관리에 많인 리소스를 투입한다. 투자 받은 회사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즉 주주(자신과 VC)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리스크 관리는 VC의 전문성을 믿는 것이다.

그렇게 익숙하고 흔하게 사용해왔던 벤처의 의미를, 곰곰이 되짚어보니 느낌이 새롭다. 1/10,000 이하의 확률을 감수하지 않으면 벤처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벤처인가 그냥 스타트업인가. 스타트업에 적합한 성향의 사람과 분야가 있고, 벤처에 적합한 성향의 사람과 분야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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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시난의 생각

    Tracked from lostsin's me2DAY  삭제

    벤처와 스타트업?

    2009/12/14 13:16
  2. Subject: 라지엘의 느낌

    Tracked from laziel's me2DAY  삭제

    어휴 이 글이 문득 다시 읽고 싶어져서 찾으려니 어디 나와야 말이지… 결국 구글했네;

    2010/01/07 02:4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8c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봤습니다. 일요일에 재미난 이야기 더 해주시길 기대할게요 ㅎㅎ;

    2008/05/14 02:09
  2. 험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둘 사이의 개념이 명확히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머릿속이 개운해진 느낌이네요^^ Powerset의 경쟁자로 여겨지던 Hakia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궁금하구요. 저도 자세한 이야기는 일요일날 기대를 ㅎㅎ

    2008/05/14 13:38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펀딩 금액만 봐도 Hakia가 훨씬 높지요! Powerset과 Hakia의 인덱싱 기술 차이점에 대해서는 험블님의 분석을 요청해야겠네요^^

      2008/05/15 09:30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8/05/14 14:03
  4. 래퍼백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진진하게 잘 봤습니다.
    역시 저와는 다가서는 관점의 스케일이 다르네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일요일에 좋은 이야기 기대할게요. :)

    2008/05/17 01:22
  5. 이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깔끔한 분석, 잘 읽었습니다.

    2008/05/17 16:15
  6. OceanIri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2008/05/27 08:17
  7. narut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들릴 것 같네요^^~

    2008/06/10 10:16
    • FlyingMate  댓글주소  수정/삭제

      naruter님 안녕하세요!
      저도 종종 naruter님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업계 소식들 얻어 듣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6/13 09:31


블루런 벤처스 윤관 대표님의 강연을 들었다. 이 글에는 강연 내용과, 나의 부연 설명이 반반 정도로 섞여 있다. 블루런 벤처스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국내 업체가 아니어서이기도 하고, 알려진 국내 투자 사례가 적어서이기도 하다. 원래 노키아 벤처 파트너스라는 회사명으로 설립되었고,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노키아와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고 모바일 분야에 집중 투자해왔다.

그 후 모바일 이외의 분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블루런 벤처스로 브랜드를 리뉴얼하였다. 자금 규모는 $1billion으로, 실리콘벨리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핀란드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를 한다. 나스닥에 상장한 국내 업체 와이더덴에 투자했었고, 온라인 결제를 평정한 페이팔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내가 이전 포스트에 언급했던 리야닷컴에도 투자 중이다. 리야닷컴은 초기에 자사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람의 안면 인식에 적용했었으나, 매칭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얼굴 자체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비스 개념을 상품검색으로 전환하였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작년에 아삭아삭 비스켓 블로그에 작성한 포스트에 언급이 되어 있다.

리야닷컴의 전략 수정 결정에 블루런이 상당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 역시 Founders at Work의 창업자 인터뷰 내용을 보면, 초기에는 모바일 결제/송금 기술로 시작했으나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해 이베이의 결제 솔루션을 구현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 이베이에는
우리나라의 에스크로 같은 안전 결제 시스템이 없었고 개인수표를 이용한 거래가 일반적이어서, 물건을 받고 깡통수표를 보내는 등의 사기사건이 많았다고 한다.

페이팔은 거기에서 기회를 보고 물품이 확인될 때까지 거래대금을 임시보관하는 솔루션을 만들었고, 그것이 확장되어 일반적인 결제나 구독료(Subscription) 등 광범위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페이팔이 온라인 결제대행 시장을 만들었고, 그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아마존은 FPS(Flexible Payments Service), 구글은 체크아웃(Checkout)으로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블루런 벤처스는 1년 간 10,000개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그 중 10개의 업체에 투자하고 그 중 보통 한 개의 업체가 IPO(기업공개)에 성공한다고 한다. 업무 비중은 시장조사 20%, 포트폴리오 관리 50%, 투자기업 물색 30%로 새로운 투자 보다는 기존 투자기업의 관리에 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됨을 알 수 있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지고 초기 시장 진입 전략을 구상한다. 그 전략이 뜻하지않게(?) 시장에 먹혀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매출 규모가 커지면 그 매출규모에 걸맞는 인사관리와 마케팅과 재무회계를 수행해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20대, 3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시장 진입 후의 경영 시스템 구축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벤처캐피털이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 경영인이나 마케팅 이사를 영입해 동아리 같았던 스타트업을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재무 부문을 완성해 좋은 타이밍의 IPO까지 이르게 한다.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서비스, 수익이 발생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되고 그 외 다른 요소는 VC들의 경험과 자본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실리콘벨리의 창업-투자-성공 사이클이 활발하게 발생한다.

한국 창투사와 실리콘벨리 VC 간의 노하우 차이는, 벤처 역사의 차이에 기인한다. 한국은 90년대부터 벤처 개념이 생겨 역사가 짧고, 미국은 50년대부터 지금까지 벤처 성공/실패의 사이클을 여러 번 반복해 경험이 깊다. 기업가 출신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어 투자를 하고, 다시 또다른 스타트업을 세우는 10년 주기의 사이클이 다섯 번 이상 반복되었다.

부연하자면, 국내의 경우 NHN의 대표직을 사임한 김범수 대표가 벤처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도 벤처 투자 펀드를 이끌고 있다. AhnLab의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테헤란 벨리, 구로 벨리는 기업가 출신 펀드의 첫 번째 사이클을 시작했고, 몇 번 더 반복해야 실리콘벨리 수준의 노하우와 실적이 생길 것이다.

강연 내용 중, 특허(Patent)를 시장 선점이나 기술 방어로 보기 보단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자본을 가진 입장에서 특허는, 필요할 때 사들이거나 로열티를 지불하면 되는 개념인 것이다. 특허트롤(
Patent Troll)이 사업모델이 아니라면, 어떤 금전적인 수익을 위해 특허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닐 것이다.

특허를 갖고 있다면 특허와 관련된 사업분야에 진출할 때, 긍정적인 브랜드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 특허를 갖는 강점이다. 중소 규모의 비즈니스라면 특허 침해를 당했을 때의 소송비용이나, 특허를 침해했을 때의 합의비용이 큰 부담일 수 있지만 자본을 가진 벤처캐피털의 안목에서는 특허가 돈 보다는 PR요소에 가깝다.

인구 640만의 이스라엘은 VC로부터 총 $1.6B를 투자받은 반면, 우리나라는 06년 한 해 동안 $780M 밖에 유치하지 못했다. 그 차이는 타겟 시장 정의에서 오는데, 내수만 고려해서는 기술개발비를 뽑을 수 없는 이스라엘의 경우, 스타트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한다. 내수는 테스트용인 것이다.

반면 내수만으로도 먹고 살만한 우리나라는 코스닥 스케일이 스타트업의 종착점이 되어버리고, 그 때문에 해외 펀드에겐 투자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이 앞으로 많이 고민해야 되는 문제이다. 웹 스타트업의 경우 국내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기 보단 세계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고, 다국어지원 및 시간대설정(GMT), 국가별DB(주소, 학교, 업체 정보) 등을 런칭 초기부터 고려해야 한다.

좋은 강연이었고, 얻은 것이 많았다. 내가 사업계획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들과, VC가 경험한 성공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약간 자만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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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대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008/06/05 23:11

1 
Flying 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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